[따뜻한 봄에 어울리는 시]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거 ㅅ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
사랑이란
양현근
키큰 나무와 키작은 나무가 어꺠동무하듯
그렇게 눈비비며 사는 것
조금씩 조금씩 키돋음하며
가끔은 물푸레나무처럼 꿋꿋하게
하늘 바라보는 것
찬서리에 되려 빛깔 고운
뒷뜨락의 각시감처럼
흔들리지 않게 노래하는 것
계정릐 바뀜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는 것
새벽길, 풀이슬, 산울림 같은
가슴에 남는 단어들을
녹슬지 않도록 오래 다집하는 것
함께 부대끼는 것
결국은 길들여지는 것